좀 차가운 여자 좀 차가운 여자 오 순 희 나를 아는 이들은 나에게 성품이 좀 차가운 편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보다 말수가 적어서 차가워 보이고 남의 일에 별로 관심을 안 보여서 차가워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많이 나아졌지만 젊었을 때는, 길을 가다가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고개만 까.. 수필 2015.09.10
관음사 관음사 개성관광이 시작되자 고려 역사의 현장을 보고 싶었던 나는 개성 관광길에 나섰다. 언젠가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곳이지만 이념의 벽이 가로막혀 있는 북쪽 땅에 이렇게 가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넘어지면 코 닿을 곳이라는 말이 딱 맞을 만큼 가까운 거리인데, 수 십 년.. 수필 2014.12.02
탄자니아의 바람 <탄자니아의 바람> 벌써 가을이 오는가. 창문 너머 푸르러 진 하늘이 저 만큼 높아지고, 뭉게구름은 하늘아래서 양떼처럼 몰려다닌다. 하늘 바라보다 푸른 빛깔에 물들었을까. 가슴이 간지러운 듯, 아린 듯 쓸쓸하다. 어제 그가 보내 온 갓 볶은 탄자니아 원두를 갈아 내어, 향 짙은 커.. 수필 2014.12.02
고려청자 파편에 매료되다 고려청자 파편에 매료되다 지방에 살다보면 때때로 지역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 개발에 밀려 사라져 가는 옛것을 조사하고 연구하여 기록으로 남겨 두는 일이다. 아직 남아 있는 것들을 더 망가트리고 없애기 전에 사진과 글로 기록해 두어야 하고, 옛일에 대해서 알고 있는 마을의 노.. 수필 2014.12.02
밍크 코트와 노점상 밍크코트와 노점상 얼마 전 잃어버린 숄을 다시 사려고 남대문 시장에 들렸다. 1월 초가 되도록 눈 한번 제대로 내리지 않던 날씨가, 오늘 따라 제법 춥다. 아직 겨울이 한창인데 겨울옷을 도매 값에서도 20퍼센트나 더 할인을 하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숄이 없어 대신 순모로 된 티셔츠를 싼 값에 사가.. 수필 2009.01.22
얼마나 추웠을까 얼마나 추웠을까 “어서 버리거라” “할아부지이~” “허어~ 쯧” 개울 옆 뚝 길을 걸어가는 내내 외할아버지와 손녀는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외할아버지는 계속 버리라고 재촉하고 소녀가 품안에 꼭 끌어안고 놓으려 하지 않는 것은, 누이면 눈을 감고 세우면 긴 속 눈썹을 치켜 올리며 동그란 .. 수필 2008.11.13
커피를 마시며 커피를 마시며 차는 기호식품으로 사람마다 취향에 따라 다르다. 여러 가지 차 중에서도 나는 커피를 즐겨 마시는 편이다. 예전에는 설탕과 크림을 적당히 넣은 다방커피를 마셨지만, 요즘 들어 단 것을 싫어하게 되면서부터 아무것도 넣지 않은 커피를 마신다. 커피는 주로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 수필 2008.11.13
바림 바림 쟈니와 토니 형제를 만난 것은 30여 년 전 남편이 운영하던 음악다방에서였다. 그 당시 정치권은 언론기관을 정비하기 시작하였는데, 남편이 다니던 신문사도 문을 닫았다. 남편은 할 일을 찾다가 파주에서 음악다방을 열었다. 그 때는 젊은이들을 위한 오락시설이 당구장이나 탁구장이 고작이었.. 수필 2008.11.13
고미카와 준페이 作 <人間의 條件>(3) 노호령으로 끌려온 포로들은 특수공인으로 불리며, 전압이 흐르는 철조망 안에 갇혀 지내야 한다. 그들이 도망치려고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기 위해 개를 철조망에 던지자 까맣게 타 버렸다. 콩깻묵과 조를 굶어죽지 않을 만큼 배급해 주고 2할의 증산을 명령한다. 오랫동안의 굶주림과 영양실조.. 수필 2008.06.09
고미카와 준페이 作 <人間의 條件>(2) ‘가지’는 만주의 일본 제철회사에 다니면서 같은 회사의 타이피스트인 미찌꼬와 3년 째 사귀고 있는데 결혼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미찌꼬는 결혼하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언제 소집영장이 나와 군대에 끌려가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미찌꼬와 결혼 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지’는 소.. 수필 2008.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