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는 만주의 일본 제철회사에 다니면서 같은 회사의 타이피스트인 미찌꼬와 3년 째 사귀고 있는데 결혼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미찌꼬는 결혼하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언제 소집영장이 나와 군대에 끌려가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미찌꼬와 결혼 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지’는 소집면제를 해 준다는 조건으로 본사 근무를 그만두고 ‘노호령’의 탄광 노무관리 책임자로 산속으로 들어 갈 결심을 한다.
트럭에 얼마 되지 않는 짐을 싣고 이사 가는 날은, 누런 몽고바람이 하늘 끝까지 차 있었다. 트럭위에 올라앉은 두 사람은 황색 분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었는데, 신혼의 신부에게 고생 시키고 싶지 않은 사내에게 황사 바람은 가혹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안 해 하는 ‘가지’에 비해 ‘미찌꼬’는 결혼하여 가지와 같이 있을 수 있어 마냥 좋기만 하였다.
그렇게 하여 산골 ‘노호령’에 자리 잡은 가지와 ‘미찌꼬’의 신혼 생활이 시작 되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헤어지기 싫어 여기까지 왔지만, 소설은 두 사람의 결혼 생활에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아니 사랑하는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그려지고 있지만 더 비중 있는 일들에 가려 나에게는 별로 큰 의미를 주지 못했다. 아름답고 착한 ‘미찌꼬’의 일들이 탄광 동네에서 결코 가볍게 취급될 일은 아니지만, 내가 감동하는 것들은 다른데 있어 ‘미찌꼬’는 내 의식에서 멀어져 있는 것이다.
탄광의 소장과 관리 책임자들은 거친 사내들이었고, 공임을 착취 하거나 부족한 식량을 몰래 빼내 자기들 배를 채우는 부정한 자들이었다. 그들이 빼내는 식량은 1만 명이나 되는 탄광의 만주인 공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으로, 다 주어도 모자라는 물자를 빼돌려 공인들은 언제나 콩깻묵을 먹으며 배를 곯을 수밖에 없었다. 전쟁을 위한 채광은 1만 명의 공인들만 가지고는 늘 부족한 상태여서 잘 먹지도 못한 공인들을 가혹하게 일을 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책상물림의 샌님 같은 지식인인 ‘가지’가 이 거친 탄광의 사내들로부터 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 그것이 ‘가지’의 가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가지’는 노동조건을 개선하기위해 개혁하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 일 없이 착취를 일삼던 산 사나이들에게는 위협적인 일로 그들이 ‘가지’에게 반발을 하는 건 당연하였다.
가지는 ‘노호령’ 탄광에서 공인들에게 채찍을 가하는 사내들을 제지하고 다툰다. 탄광 소장에게도 바른 말을 하여 미움을 사기도 하며 다른 책임자들과 작고 큰 분쟁을 일으킨다. 어느 날 ‘가지’는 소장의 호출을 받고 사무실로 불려간 자리에서 헌병장교로부터 부족한 채광량을 증산하기 위해서 특수공인 600명을 불하해 주겠다는 말을 듣는다. 그들은 北地의 포로들이라고 하였다. 그자리에 있던 헌병은 "포로는 이익이 많다. 그저 죽지 않을 만큼 먹이고 부려먹으면 된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가지’는 포로들을 인수하여 그들의 관리 책임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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