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 프롬
바이욘 사원에서 사진 찍다가 일행을 놓치는 바람에 코끼리 테라스와 문둥이왕 테라스를 보지 못하고 다시 툭툭이를 타고 '따프롬'으로 향했다. 고프라 탑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맨발로 걸어도 좋을 만큼 고운 흙길이었다. 따프롬으로 들어가는 숲길에 내전 중에 지뢰에 팔다리를 잃어 장애인이 된 남자들이 군복을 입고 연주를 하고 있었다. 우리를 보자 한국인이라는 걸 알아보고는 ‘아리랑’을 연주한다. 아리랑 연주에 감동한 몇 사람이 돈을 준다.
따프롬은 앙코르톰 도성 동쪽 바깥의 밀림지대에 자야바르만 7세가 바이욘 사원 보다 7년 먼저 그의 어머니를 위해 지었다고 한다. ‘인디애나 존스’나 안젤리나졸리가 출연한 ‘툼레이더’ 등 원시적인 분위기의 연출이 필요한 영화들의 촬영장소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타프롬 사원의 회랑 안쪽 어둑신한 뜰로 들어서니 뿌리가 사원의 돌로 된 건물을 뚫고 내려가 유적을 허물어뜨리고, 벽체 위로도 거대한 문어발 같은 줄기를 뻗혀 뒤덮어버렸다. 이곳의 시공간은 아직도 천년 세월 저편에 그대로 있는 듯하였다. 이곳 타프롬 사원은 밀림 속에서 수 백 년 동안 자란 자이언트 팜 나무가 사원을 파괴하고 무너뜨리고 있지만, 나무를 제거하게 되면 남아 있는 사원까지 파괴 되어 그냥 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자연이 오래된 건축물을 어떻게 파괴 하는지 보여 주기 위해서 그냥 놔두고, 지금은 성장 억제제를 투여하여 나무의 성장을 멈추게 하고 있다.
따프롬 사원을 둘러싼 외벽 둘레만 1000m x 700m로서 외벽은 반띠이아 끄데이와 근접할 정도로 크지만 대부분 나무 둥지에 허물어지고 사원 내부도 워낙 깊은 밀림 속이라 발굴 팀조차 아직 신전의 정확한 크기와 규모를 측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다. 따 프롬에는 돌에 새겨진 범어의 기록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사원에서 12~13세기 당시 3,140개의 마을을 통치하였고, 79,365명이 사원을 관리하였으며 18명의 고승과 2,740명의 관리들과 2,202명의 인부들 그리고 615명의 무희들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사원의 재산으로는 500Kg이 넘는 황금접시 한 쌍, 35개의 다이아몬드, 40,620개의 진주, 4,540개의 보석, 중국에서 보내온 커튼 876개, 비단침대 512개, 523개의 양산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거대한 뿌리가 연체동물처럼 사원을 감아 쥐어짜고 있을 뿐이다.
앙코르는 나무가 무성한 밀림지역이었지만 자연을 무시하고 철저하게 인공도시로 계획하여 지은 도시이다. 자연과 어우러지게 조화를 생각하며 지은 도시가 아니었다. 앙코르 제국은 씨엠리업을 중심으로 반경 64Km에 수도를 세웠다. 불도저도 없던 시절에 밀림을 통째로 없애고 거대한 왕궁과 사원을 지었다. 그 시대의 절대 권력 앞에 밀림의 나무와 풀은 아무것도 아닌 참으로 하찮은 것들이었다. 베어지고 뽑히고 불태워졌다. 권력의 힘이 서슬 퍼렇던 그때는 인간의 재주가 찬란하게 빛났지만 권력이 사원을 떠나 버리고 나니, 다시 풀과 나무가 돌아왔다. 딱딱한 돌 틈에 뿌리를 내린 어린 싹들이 수백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30미터가 넘는 거목이 되어 인간이 꾸민 영화를 짓뭉개듯이 휘감고 있다. 그런 흥망성쇠의 역사를 따프롬에서 지금 우리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타프롬 사원 회랑 안쪽 어둑신한 뜰로 들어서니 뿌리가 건물을 뚫고 내려가
유적을 허물어뜨리고, 벽체 위로도 거대한 문어발 같은 줄기를 뻗혀 뒤덮었다.
타프롬 사원은 밀림 속에서 수 백 년 동안 자란 자이언트 팜나무가 사원을 파괴하고 무너뜨리고 있지만,
나무를 제거하게 되면 사원까지 파괴 되어 그냥 둔다
거대한 나무와 자연 앞에 나는 그저 초라한 모습일 뿐~
무너져 버린 사원의 돌 무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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