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에 들어서며>
개성은 고려의 역사가 서려있는 곳이어서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념의 벽이 가로막혀 있는 북쪽 땅에 가 볼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2007년 12월 5일부터 개성관광이 시작되자 4일 째 되던 8일에 나도 개성관광길에 나섰다. 넘어지면 코 닿을 곳이라는 말이 딱 맞을 만큼 가까운 거리인데, 수 십 년의 세월을 돌아 이제야 발을 딛을 수 있다니,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있을까. 도라산 출입국 사무소에서 까다로운 절차와 주의 사항을 듣고 버스로 개성에 들어서는데 몇 분이나 걸렸을까. 잘 닦인 도로를 잠깐 달렸는데 여기서부터 개성이라고 한다.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남측에서 설비한 도로는 남쪽과 북쪽을 경계 짖는 금조차 없이 개성공단까지 이어지고, 산야는 늘 보아오던 외갓집 시골풍경을 닮아 있어 낯설지 않았다. 도로에 일렬로 늘어선 가로등 모양과 색갈이 다르다는 관광회사 직원의 말을 듣고서야 북쪽에 들어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시 개성 출입국 사무소에 내려서 다른 나라에 입국할 때처럼 입국증에 도장을 받아야했다. 버스가 서있는 출입국사무소 앞에 커피와 인삼차 등, 간단한 먹을거리는 파는 간이상점이 있어서 관광객들이 뜨거운 차를 사마시고 있다. 돈은 달러만 사용할 수 있고, 찻값은 우리 돈으로 치면 2000원, 남쪽의 찻값과 비슷하다. 자세히 보니 옆에 세원 진 물류 차에 현대라고 써있다. 드디어 그곳에도 서서히 자본주의가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