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폭포(朴淵瀑布)
박연폭포로 가는 길은 개성시내를 지나 27km를 더 가야한다. 버스는 양 쪽으로 밭이 가파른 산 중턱 경사면까지 늘어선 외진 길로 들어섰다. 좁은 도로에 녹지 않은 눈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6대의 버스가 줄을 지어 간다. 이윽고 천마산 기슭 박연폭포 아래에 도착하여 주차장에 버스를 세우고 언덕을 조금 올라가니, 물길이 내리 꽂히는 폭포가 보인다. 병풍처럼 둘러 서 있는 바위 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박연폭포의 겨울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겨울이어서 물줄기가 약하기는 하지만, 서화담(徐花潭) 황진이(黃眞伊)와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리는 박연폭포는 쉬지 않고 흘러내린다.
여성 안내원이 박연폭포와 황진이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을 들으며, 모두들 사진 찍기에 바쁘다. 나는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박연폭포에 왔으니 뭔가 의미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사진기에 담았다. 폭포의 물줄기를 가두고 있는 고모담(故母潭)연못 옆에는 조선시대 명기 황진이가 머리채에 먹을 적셔 초서체로 쓴 시를 새긴 용 바위가 있다. 중국 시인 이태백이 ‘여산’ 폭포를 바라보며 남긴 시구이다.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 의시은하락구천(疑是銀河落九天)’.
“물줄기가 삼천자를 날듯이 떨어지니 마치 하늘에서 은하수가 쏟아지는 듯하다.”
관광객들은 용 바위를 밟고 올라서서 글자를 확인하기도 하고,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다.
<황진이 시>
冬至ㅅ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春風 니블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구뷔구뷔 펴리라.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가운데를 베어 내여
봄바람처럼 향긋하고 따스한 이불 속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사랑하는 임께서 오시는 밤이 되면 구비구비 펴리라. )
'동짓달의 긴긴 밤'이라는 시간을 공간화 하여 내가 그리는 임이 오시는 날 그 긴긴 밤에 쌓이고 쌓였던 정을 풀겠다는 허전한 마음의 하소연이다. 뜬구름처럼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린 ‘부운거사’를 기다려도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가을에 떠나 동짓달이 되어도 무심하니 화무십일홍 같은 생명일망정 낙엽처럼 쌓인 정을 잊지 못하고, 아랫목에 깔아 둔 이불 속에서 떠나간 임을 그리워하며 언젠가는 찾아주겠지 하는 수동적인 처지에서 사랑을 기다리는 한국적 토속성이 섬세한 여성의 감정에서 애절히 풍기고 있다. 버리고 가는 임이 한없이 밉기는 하지만 그래도 염려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이 한국 여성만이 가지는 사랑이다. 은근하고 양보적이며 백의 녀성의 진실하고도 소박한 애정이 아주 잘 나타나 있는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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