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 (통일관)
눈꽃으로 아름다운 산을 내려와 개성시내를 지나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 통일관이라는 식당인데 규모가 상당히 크다. 모든 음식은 유기그릇에 담아 내온 한식이었고, 한복을 입은 여인들이 음식 시중을 들었다. 더덕무침, 달걀찜, 생선, 김치, 나물, 묵, 오이무침, 전, 김, 북어구이, 닭을 넣어 만든 국 등, 가짓수가 많았지만 김치가 제일 맛있었다.
식사 후에 식당 밖에 나와 사진을 찍는데 아래쪽에 있는 개성 시내를 찍지 말라고 현대 직원들과 북측 안내원이 주의를 준다. 그 반대쪽에는 김일성 동상이 서 있어서 자연히 김일성동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사진을 찍는데 80세는 넘어 보이는 할머니 두 분이 털모자를 쓰고 고운 화장을 한 모습이 유난히 눈에 들어 왔다. 피부가 하얘서 더 잘 어울리는 두 노인은, 일본에서 온 개성이 고향인 사람들이라고 한다. 언제나 가보게 될지 모르는 고향을 그리워만 하다가, 개성관광이 시작되자 달려온 모양이다. 두 노인은 ‘이제 죽어도 한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평생의 한이 고향집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고향 언저리만 돌다가 가는 고향 방문으로 치유될 수는 없겠지. 그나마 부보님과 형제들이 어울려 살던 근처라도 보고 가는 게, 위안이 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