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성 가는 길
아침 6시 30분 모닝콜 소리에 잠에서 깨어 부랴부랴 준비하고 7시에 호텔 뷔페식당에서 식사를 하였다. 중국엔 아침엔 죽을 먹는다고 한다. 죽 한공기와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빵을 접시에 담고, 반찬도 몇 가지 집어 왔지만 죽하고 빵만 먹었다. 이동륜 선생님의 배낭 속엔 고추장하고 멸치, 그리고 김과 깻잎이 들어 있어서, 여행하는 내내 그 보물 배낭이 나를 살려 줬다.
버스는 축축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도저성을 향해 달린다. 길에는 차는 별로 없는데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중국인들이 줄을 잇는다. 차 창밖으로 보이는 산들은 아래서부터 위로 층층을 이루고 있는 곳이 많았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중국에서는 산의 흙을 파다가 벽돌을 만들어 집을 짓는데, 산사태를 막기 위해서 흙을 한 층을 파고는 다져 놓고, 또 한 층을 파고는 한다고 하였다. 집을 짓기 위해서 가는 곳마다 몇 개의 큰 산이 층층을 이루고 있는 것에 감탄하는데, 가이드의 설명이 그럴 듯하다. 중국인은 주민등록상 13억을 넘어 섰는데 기록이 안 된 사람이 1억이나 더 있고, 지금도 계속 아기를 낳고 있어서 중국인의 숫자는 하느님도 모른다는 것이다.
2시간을 달려 도저성에 도착 하였다. 우리는 성 입구에서 내려 걸어 들어갔다. 성곽 위에는 여기 저기 척자가 쓰인 깃발을 꽂아 놓아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는데, 그 것은 왜구를 물리친 도저성의 영웅 척개광 장군을 기리기 위한 깃발이었다. 성안의 마을은 옛날 그대로 좁은 골목길 양쪽에 집들이 들어서 있고,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주민들은 많은 사람이 골목을 메우고 줄줄이 걸어가는 것을 구경하느라 모두들 집밖에 나와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가난하고 촌스러워 보였다. 마을 길 옆의 개울인지 생활하수인지 모를 더러운 물에서 여자들이 빨래를 하고 있었다. 마을길과 개울에 쓰레기 들이 널려 있는 것을 보며, 20여 년 전의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항주 공항에 내려 밤길을 달리며 달빛 아래 보았던 집들과 버스를 타고 다니며 본 집들, 그리고 여기 도저성의 집들은 한결같이 2층이거나 3층 집이다. 허름하고 가난한 집들이 2층인 것이 이상하였는데, 이 지역은 습기가 많아 2층에 침실을 만들고 아래엔 부엌이나 창고로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호화로운 2층집이 아니고, 무너질 듯 허름하며 그중엔 정말 무너져 가는 집들이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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