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부의 표해록 여행기

넷째 날 - 황산 1

예강 2014. 12. 18. 11:22

천하 명산 (황산)

 

  오늘도 만만치 않은 일정이어서 일찍 서둘렀다. 계속 옮겨 다니는 여행자의 짐은, 자고 나면 다시 들고 나와야 하기에 저마다 바퀴 달린 가방을 끌고 나온다. 그리고 아침식사 때 얼굴을 대하지 못한 사람들은 호텔 로비에서 서로 아침인사를 나눈다. 처음 만난 사람들도 며칠을 같이 다니다 보니 그동안 많이 친해졌다. 황산에 올라가려면 빨리 가야 한다는 가이드의 재촉에, 각자 두 대의 버스에 나누어 타고 황산으로 향했다. 첫날부터 앞자리를 차지한 나와 이동륜 선생님은, 지나가는 길의 집들과 경치를 빼 놓지 않고 구경할 수 있어 끝까지 그 자리를 고수 하였다.  


  황산의 높이는 해발 1864m이며, 연화봉과 천도봉을 비롯하여 72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 산이다. 관광객은 산 아래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1000m를 올라가 정상 가까운 곳에서  걸어올라 간다. 우리의 옆으로 긴 막대기의 양쪽에 물건을 매달아 어깨에 멘 인부들이, 산꼭대기의 식당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오래전에 오대산을 올라가다가 전기 레일을 설치해 놓고 산위의 절까지 생필품을 나르는 걸 본적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사람이 직접 물건을 나르는 것이 놀라웠다. 케이블카를 타면 수월할 텐데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주기위한 중국정부의 정책이라고 한다. 눈이 내리고 있어 마스크 다섯 개와 아이젠 세 개를 사서 우리 일행 다섯 명은 각각 한쪽 발에만 아이젠을 신었다. 기후가 따듯한 관광 철에는 케이블카를 타려면 3시간씩 기다려야 한다는데, 관광객이 많지 않은 오늘은 기다리지 않고 시간에 맞춰 금방 탈 수 있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바라보는 황산의 전경은, 감탄사 외에 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케이블카 아래로 뱀처럼 길게 누운 계단이 산을 향해 뻗쳐오르고, 그 길 위에 산 아래서 보았던 인부들이 짐을 어깨에 메고 올라가는 것이 보인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일행은 두 팀으로 나뉘었다. 70세 이상인 노인들은 험하지 않은 완만한 코스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륜 선생님은 잠시 망설이다가 무리하지 않겠다며 쉬운 코스를 택하였다. 올라가는 길은 시멘트 길과 계단으로 이루어져, 울퉁불퉁한 산길을 올라  가는 것 보다는 나았다. 그러나 눈길은 생각처럼 쉽지 않아 조심스럽게 한발씩 내딛으면서, 절경을 감상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눈 내리는 황산, 눈길을 올라가기에 쉬운 건 아니었지만 이런 행운의 날 황산에 오게 된 것은 큰 축복이 아닌가. 발길 닫는 곳마다 절경이고 멀리 보이는 봉우리마다 신선이 놀았음직한 신비함에 가슴이 먹먹하다. 명나라 때의 여행가인 서하객이 황산을 보고 난 뒤 말하기를, 중국에서 오악을 보기 전에는 산을 말하지 마라, 그러나 황산을 보고나면 오악도 말하지 말라고 하였다는 얘기가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니었다.  

 

  황산은 1990년에 유네스코에 세계의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황산에 있는 소나무 중에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열그루의 소나무가 있어, 올라가는 길에 몇 개의 나무를 봤는데, 나무에 붙여진 이름대로 기기묘묘하기도 하고 우람하고 장대해 보였다. 나무마다 눈이 내려 앉아 흰색 외엔 도무지 다른 색은 없는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깨끗하고 신성한 세계에 관광객들이 들어와 수런수런 부산하게 움직이며 고요함을 깨트리고 있다. 잎 떨어진 가느다란 가지마다 내려앉은 눈이, 살짝 녹다가 다시 얼어붙으며 만들어진 눈꽃은 세상 어느 꽃보다 아름다웠다. 짧은 코스로 올라간 이동륜 선생님도 이곳으로 같이 갔으면, 시를 쓰기에 더 좋은 절경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는 모두 아쉬워하였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해 광명정이라고 써 있는 바위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황산 기상대 옆에 있는 상점에서 커피를 마셨다. 호텔 식당에서 싱겁고 맛없는 커피를 마셔 본 경험으로, 맛은 기대하지 않고 단지 추위를 덜어 보려고 하였는데 의외로 커피 맛이 좋았다.  

 

                 산위로  짐을 나르는 인부들                               케이블카에서 내려 다 본 인부들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                                               강선구와 모모  

                                                                         황홀하게 아름다운 눈꽃

                             광명정 정상에서                                              커피가 맛있었던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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