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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미가 너무 급해

예강 2006. 10. 20. 19:11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황우석 교수의 거짓 논문 사건도, 알고 보면 한국인들의 빨리 빨리 정신 때문이라는데...


 어려서는 게으르다고 어머니께 야단맞기 일쑤이던 성격이 언제 부턴가 급해지기 시작했다. 번개 불에 콩 구어 먹을 성미라는 말이 있는데, 남편의 성격이 그와 비슷해서 나는 느긋하게 있을 수 없었다. 덩달아 급하게 뛰며 보조를 맞추며 살았는데, 그 때문일까. 그러나 세상에 없는 사람 탓을 하는 건 비겁한 일, 모두가 내 소양이 부족한 탓이려니. 


 급한 성미 중에서도 제일 큰 문제는 운전할 때 급해지는 것이다. 빨리 가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차도 없고 신호도 없는 시골 길을 찾아가며 최고 속도를 내면서 달린다. 스피드를 내다보면 스릴의 쾌감을 느끼게 되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보행자 신호가 들어와도 보행자가 없을 때는, 그냥 지나치고 한가한 교차로를 지나칠 때도 신호를 무시하는 때가 종종 있었다. 숨어서 지켜보던 교통경찰에 걸려 범칙금을 내고야 정신을 차리는데, 그러면서도 앞에서 느릿느릿 가고 있는 차를 만나면 앞서기 할 기회만 엿보게 된다.


 오늘 아침, 결국 일을 낼 뻔하였다. 아찔했던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벌떡 벌떡 뛰며 진정이 되지 않는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시간이 넉넉하여 교통신호도 지키고 양보를 해가며 가도 되었는데, 나는 버릇대로 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어느 중.고등학교 앞을 지나치는데 눈앞에서 신호가 바뀌었다. 달리는 속도 때문에 서기에 적당치 않았고, 그 길은 보행자가 별로 없어서 평소에도 그냥 지나가던 길이다. 반대편 차선에는 버스가 서 있었다. 달리는 속도대로 재빨리 지나치려는데, 버스 뒤에서 중학생 쯤 되는 아이가 뛰어 나왔다. ‘아 ! 난 이제 죽었다.’ 생각하며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순간적으로 판단해도 아이를 피하기에는 불가능 해 보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정말 다행하게도 중학생인 아이가 달려오는 차를 발견하자마자 끼이익~ 바로 차와 부딪치기 직전에 급정지를 하였다. 급정지를 하는 바람에 아이의 발은 앞쪽에 놓여 있고 몸은 뒤로 젖혀진 채 섰는데, 내 차가 아이보다 더 앞 쪽에 서게 된 것으로 보아 아이가 서지 않았으면 틀림없이 사고가 나고야 말았을 것이다. 차를 학교 옆에 세우고 차 안의 거울을 통해 뒤를 보니 학생은 제 잘못인양 학교로 뛰어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나도 내 행동이 너무 부끄럽고 겁이나 얼른 그 자리를 떠났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할 수 없었다.

 

 오랫동안 잊고 살던 하나님께 “고맙습니다.”를 수없이 되 뇌이고, 아이를 향해서도 “아이야 고맙다.”를 수없이 소리 내어 말했다. 운전을 하면서 조금 안정이 되자 나 자신에 대해서 자책하기 시작했다. ‘바보야’ ‘멍청아’ ‘넌 대체 어쩌려고 그러냐.’ 별의 별 말을 다 생각해내서 나를 욕했다. 그리고는 이제부터는 신호를 꼭 지켜야지를 또 수없이 중얼거렸다. 그 아이가 몸 놀림이 재 빠른 중학생이었기에 망정이지, 더 어리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더라면... 오! 생각만 해도 끔찍해. 너무나 무서버~ 


 오늘 나는 뒤에서 차들이 아무리 빵빵 거려도 신호를 꼭꼭 준수하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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