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노, 요꼬하마

일본 (하다노, 요꼬하마)

예강 2014. 12. 1. 21:23

 

<하늘에서 찍은 사진>

 

10월 26일

<푸른파주 21 협의회>에서 파주시와 자매결연한 하다노시를 방문하는 일행에 끼었다. 아침 9시경, 인천 공항에서 하늘 위로 오른 JAL기는, 구름을 발아래 두고 ‘나리따’ 공항을 향해 날았다. 운 좋게 창가에 앉게 된 나는, 비행기의 이동 속도만큼 변화하는 구름을 보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사진에 담았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일본 열도가 까마득하게 멀리 보이며, 바다 가운데 떠 있는 섬나라의 지도가 한 눈에 들어왔다. 고도가 점점 낮아지면서 푸른 산의 나무도 보이고 강물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강줄기는 뱀처럼 유연하게 굽어 흐르고, 잘 정리된 논밭은 바둑판처럼 자로 잰 듯 반듯 반듯 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부근의 식당에서 뷔페식 점심을 먹고, 하다노시로 가기 위해 전용버스에 몸을 실었다. 하다노시로 가려면 동경을 거쳐 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가야한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 일본은 배로 물품 수송을 하기 위해 물류항(物流港)이 발달한 아름다운 항구 도시가 많은 나라이다. 동경 시내를 관통하여 동경과 나고야를 잇는 도메이(東明)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동경만(東京灣)의 물류센터가 한눈에 들어오고 커다란 크레인선과 컨테이너가 산재해 있는 것이 보인다. ‘요꼬하마’는 동경 다음으로 큰 도시이며 일본 최초로 서양에 개항한 항구도시로, 외국인들에 대해 관대하고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 이어 요꼬하마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가이드를 맡은 사람은 여행사의 부장으로 일본에서 몇 년간 유학하여 일본어가 유창하고 일본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았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하다노시에 도착 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의 하다노시는 인구 16만 8천여 명이 사는 작은 도시로 집들은 나무로 지은 작은 이층집이 많았다. 번화가를 제외하고는 길에 나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감이 잘 되는 지역인지 아직 따지 않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가 집 주위에 많았다.

 

하다노시는 파주시와 교류협력관계를 맺은 도시로, 이번 여행에는 환경위생조합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다. 이곳으로 오는 버스에서 설명해 주는 분이 청소공장이라는 말을 자주 써서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곳에 가보니 한자로 청소공장이라는 팻말이 있었다. 관계자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청소공장의 내부를 둘러본 결과, 파주시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보다 뒤 떨어지는 시설이었다. 그곳의 소각장은 30 여 년 전에 설치한 것이어서 시설이 낡았지만, 우리가 쓰레기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을 때 이미 그런 시설을 만든 것에 감탄 하였다. 낡은 기계로 쓰레기를 소각하면 다이옥신이 많이 나오게 되는데, 그곳 주민들은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한다. 안한다기보다 못한다고 해야 하겠지만, 전체 인구 중 상당수가 시청 직원이고 시민들이 서로서로 연결되는 친척 관계이기 때문에 잘못된 시정을 성토하지 못하고, 또 관료적 성향의 지역이어서 시민운동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한다. 

 

 

 

<친절한 ‘하다노’시의 시민들>

 

하다노시 위생조합에서 나와, 몇 개월 전 파주시를 방문했던 하다노시 교류협력회에서 초대한 만찬장 이찌노야(一屋) 음식점으로 갔다.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고 나온 시민들은 지난번에 만났던 사람들이어서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일본 음식을 먹었다. 일본인들은 우리에게 세심한 배려를 하여, 몇 사람 건너 한 사람씩 중간 중간에 통역을 앉게 해 서로가 불편함이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식사를 하며 술을 한잔씩 하는 도중에 앞 쪽의 무대에서는 일본 전통 춤 <아끼따 다이고꾸> 라를 연주하였고, 그들이 칭찬해 마지않는 연주자‘기꾸지 도모시로’가 연주하는 <쓰가루 사미션>과 노래를 감상 하였다. 마지막에 서로 작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손을 잡고 둥글게 돌며 어울려 춤을 추었다. 그건 한국과 일본이 서로 화합을 하기위하여 좋은 행위였다. 행사가 끝나고 호텔이 있는 요꼬하마로 떠나려는 우리의 버스 옆에서 마냥 손을 흔들며 섭섭해 하는 그들을 두고 그곳을 떠났다.

 

 

 

 

 

 

 

 

 

낮에 지나쳐 왔던 요꼬하마로 다시 돌아가,‘사쿠라끼쵸’전철역 옆에 있는‘사쿠라키쵸워싱톤’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호텔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항구 도시 요꼬하마의 야경이,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화려하고 물위로 쏟아지며 반사된 빛의 반짝임이 여행객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요꼬하마의 밤 문화를 보러 나가려고 계획했었는데, 온 종일 비행기와 버스에 시달려 고단하기도 했지만, 공항에서 산 감기약을 먹고 취해 그냥 잠이 들고 말았다. 요꼬하마의 밤 문화는, 그날 밤거리 체험에 나섰던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요꼬하마시의 관광 정책>

 

10월 27일

다음날은 요코하마市 경제 관광국을 공식 방문할 예정이어서 조금 늦은 시간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하였다. 먼저 식사를 마치고 다른 일행들이 식사하는 동안 호텔 5층 로비에 앉아, 사쿠라키쵸 역에서 나와 직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전동차에서 내려 바쁜 걸음으로 직장으로 가는 사람들의 차림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기후인데도 대부분 어두운 색을 입고 있다.

 

10시 30분에 요꼬하마시 경제 관광국을 방문하였다. 작은 회의실에서 우리 일행은 책상을 앞에 놓고 앉았다. 시의 경제교류추진 담당자가 나와 요꼬하마시의 관광 정책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2009년이 개항 150주년이라는 요꼬하마는 관광객들이 잠깐 왔다 가는 도시가 아니라, 머무는 도시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였다. 관광객을 위한 정책이지만 요꼬하마 시민이 만족할 수 있는 정책에 주안점을 두고‘살고 있어서 좋고 방문해서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피력하였다. 그들은 요꼬하마시의 자랑을 하고 우리는 그들의 관광정책을 벤치마킹 하였다. 관광국 담당자는 성공적인 관광 프로젝트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하였지만, 그때까지도 감기약 기운에 맥을 못 추고 깜빡 깜빡 졸고 있던 나는, 밖으로 나와 시원한 바람에 정신을 차려야 했다.

 

 

<후지산의 만년설>

 

다음은 ‘하꼬네’로 이동하여 버스를 타고 ‘후지산’ 중턱의 ‘오합목’까지 올라가는 일정이다. 후지산으로 가는 도로 옆으로는 은빛 깃털을 바람에 날리는 넓디넓은 억새밭이 줄을 이으며 우리의 시선을 따라 오고 있다. 산으로 오르는 길은 엽서의 그림처럼 아름다워 차창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버스는 힘겹게 후지산을 향해 달려가고, 한 순간 고개를 들어 멀리 산위를 바라보니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후지산이 보인다. 백두산에 열 번을 올라가도 천지를 한 번 보기 어렵다는데, 이곳 후지산의 만년설을 보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운 좋게도 버스를 타고 올라가면서 만년설을 볼 수 있었으니 행운이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유리창에 카메라를 대고 후지산 봉우리의 만년설을 여러 장 찍었다. 약 1000만 년 전부터 반복 분화하는 성층구조를 가진 후지산은, 나무와 물이 없어 새도 살지 못한다. 후지산은 7~8부 능선까지만 등산이 가능하고 관광객은 오합목 휴게소에서 후지산을 바라볼 수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 산을 바라 볼 사이도 없이 만년설이 사라지기 전에 기념사진부터 찍자고 재촉이다. 단체사진을 찍고 올려다보니 그사이 지독한 안개가 몰려와 산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지옥계곡>

 

이동하는 시간이 워낙 길기도 하였지만, 오늘의 일정을 아침에 늦게 시작한 탓에 후지산에서 내려와 하꼬네 국립공원의 ‘아시노’ 호수에 들렸을 때는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해발 760m 산 중턱에 있는 아시노 호수에서 해적선을 타 보려던 계획은 시간이 너무 늦어 승선 시간이 끝나 포기하고, ‘와쿠다니계곡’(지옥계곡)으로 향했다.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몰라 ‘지옥계곡’이라 부르는 계곡이 가까워오자 특유의 매캐한 유황 냄새가 코를 간질이고, 어둠 속에서 여기저기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어두운 길을 더듬어 올라가 뜨거운 유황 온천물에 손을 씻고, 짐작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 화산 연기와 온천을 찍었다.

 

지옥 계곡 화산의 더운 물에 손을 씼으며~ 

 

늦은 시간에 동경으로 돌아 온 일행은 고기를 구워 먹는 뷔페식 일본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향이 많은 중국 음식에 비해 일본 음식은 그런대로 먹을 만 했다.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일본인들이 유난히 시끌벅적하다. 회사원인 그들은 한부서의 팀원인 것 같은데 나이 순서대로 앉은 것이 퍽 재미있다. 식사 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밥 따로 술 따로 2차 3차를 하는 우리의 회식 문화와는 달라 보인다.

 

 후지산으로 외쿠다니 계곡으로 강행군한 오늘의 여행길도 몹시 고단하다. 식사 후에 ‘신쥬쿠 리스텔’ 호텔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포근하고 편안한 잠자리에 푹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이층버스 싸롱카>

 

10월 28일

동경의‘신쥬꾸 리스텔’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나와, <도죠 궁>이 있는 닛꼬 국립공원을 향해 일본의 동북간을 잇는 고속도로를 달려가는데, 앞서 가는 두 대의 이층 버스가 보인다. 이층버스는 외관의 색깔도 일반 버스와는 달랐고, 들여다보이는 버스의 천정에서는 색색의 불빛이 빛나고 있다. 그 차는 <싸롱 카>라고 하는데 아래층은 승객이 앉는 의자가 있고, 이층은‘스탠드바’로 심부름하는 여자와 도박장 시설을 갖추고, 천정엔 반짝이는 네온이 달려 있다고 하여 일본의 또 다른 문화를 볼 수 있었다.

 

 

 

<도죠궁>

 

닛꼬 국립공원은 10월 말의 경치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그곳에 있는 <도죠궁>은 ‘도꾸가와 이에야스’의 손자가 할아버지를 존경하여, 하꼬네 근방에 있던 무덤을 닛꼬로 옮기고 금박을 입혀 사당을 지었는데, 지금은 유네스코에 인류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도죠궁으로 들어가는 길은 하늘을 찌를 듯 키 큰 삼나무가 사열을 하듯 일렬로 서 있는 것이 장관이다. 도죠궁에는 마구간 벽면에 그려진 원숭이 그림이 유명한데, 일본에서 원숭이는 말을 지키는 영물이라는고 하는데 태어나서 자라고 늙어 죽을 때까지 원숭이의 일생이 그려져 있다. 그중에 유명한 그림은‘귀 막고 입 막고 눈 가린 세 마리의 원숭이’로 “나쁜 것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며 말하지도 말라”는 처세술을 말하는 것이라 한다. 입구에 절에 들어갈 때 볼 수 있는 일주문이 있어 의아했는데 원래는 <도오죠사>라는 절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에메랄드 빛 쥬젠지호수와 게곤노타키폭포>

 

도죠궁을 나와‘쥬젠지호수’와‘게곤노타키’폭포를 찾아 갔다. 난타이 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만들어 낸 쥬젠지호수는 해발 1000m의 고지에 있다. 마침 어둑어둑해가는 하늘의 구름이 호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산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낸다. 맑은 날엔 하늘과 햇살을 투영해 에메랄드빛으로 띤다고 한다. 호수에서부터 걸어서 간 게곤노타키 폭포는 쥬젠지호수의 물이 흘러내려 폭포를 이룬 곳이다. 어마어마한 물줄기가 위로부터 96m의 길이를 이루며 떨어져 내리는데 물의 폭이 윗부분이 약 10m 정도이다. 닛코에 있는 폭포 중 가장 크며 닛코 국립공원의 대표적 명승지이다. 더 가까이서 보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까지 찍었다.

 

 

폭포에서 버스로 돌아와 출발하려고 인원 확인을 하는데 한 사람이 없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여러 사람이 찾아 나서고, 마을 방송을 빌려 사람 찾는 방송도 하였다. 얼마 후에 돌아온 그 분은 일행과 떨어져 길 반대쪽으로 가다가 돌아와 다행이었다.  

 

 

 

어두운 밤길을 달려 동경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한국인 식당에서 하였다. 일본에 온 후 처음으로 한국음식을 먹은 것이다. 그 일대에는 한국인 식당이 여럿 있는데 대부분 한글로 쓴 간판 달아 놓았다. 그 중에 <엄니식당>이라는 간판이 인상 깊게 눈길을 끈다. 오늘도 역시 밤거리 문화 체험을 포기하고 호텔로 돌아와 피곤한 몸을 뉘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이 꿈속으로 깊이 빠져 들어 간다.

 

 

 

 

<일본천황이 사는 황거(皇居)>

 

10월 29일 이른 시간 일본 왕이 사는 황거(皇居)로 가는데 비가 간간히 내린다. 일본의 천황과 그 일가가 사는 황거의 주위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빙 둘러 해자(垓字)가 있다. 30만평의 넓은 정원엔 잘 가꾼 소나무가 많은데,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1000여 그루나 된다고 하였다. 잘 가꾸어진 곧은 소나무는 우리나라의 구부러진 적송만 보던 내 눈에 거부감을 준다. 넓은 자갈길을 지나 황거로 들어가는 입구에 놓인 안경모양의 돌다리 <메가네바시(眼鏡橋)>앞에서는 더 들어 갈 수 없었다. 일 년에 두 번 신년과 천황의 생일에만 개방한다는데 그때는 많은 일본 시민들이 천황을 보려고 몰려든다고 한다. 돌다리 앞에서 황거를 배경으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3시 35분 발 비행기를 타야하기 때문에 일정이 타이트하다. 일본에 온 후 거의 쇼핑을 하지 않아, 아키아바라 전자상가에서 약 1시간 동안 구경하며 필요한 선물을 사기로 하였다. 일행은 모두들 비싸지 않은 것으로 꼭 필요한 선물만 산다. 다음 들린 곳은 쌀 박물관이었는데, 쌀로 만든 음식, 아토피 피부에 효과가 있다는 화장품 등, 상품을 팔기도 하는 곳이었다. 일본인들도 우리나라처럼 쌀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아 쌀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긴자 거리>

 

점심을 먹기 위해 긴자 거리에 있는 정통 일식집으로 가는데, 마침 오늘이 긴자 거리에 차 없는 날이어서 버스를 멀리 세워두고 걸어서 번화가를 지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차도를 마음대로 걸어 다니고, 넓은 도로 여기저기 여러 군데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기모노를 입은 차 문화 회원들이 차에 대한 설명을 하고는 좋은 차를 마시게 하여, 표를 받기 위해 서있는 사람들이었다. 동경에서 가장 번화하다는 긴자거리의 차도를 활보하며, 화려한 상점의 쇼윈도와 일본의 멋쟁이 여인들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이번 여행에서 또 하나의 행운이었다.

 

 

 

 

 

 

 

 

 

 

 

 

 

 

 

하네다 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김포공항을 향해 하늘을 나는 동안 이번 여행의 의미를 되 새겨 본다. 첫날 만찬장에 함께 했던 하다노시 시의회 부회장이, 옆에 앉아있던 분과 대화중에‘지난날 자기들의 조상이 저질렀던 잘못을 부끄러워하며 사과 했다’는 말은 들었다. 또 여행하는 동안 일정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시간이 늦어져 운전기사에게 미안하다고 했더니, 버스기사는 지난날 자기 조상들이 한국에 저지른 잘못을 조금이라도 사죄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한국인들에게 봉사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 일본 정부의 고위 인사가 신사 참배와 망언을 하고,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고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라고 하는 것과는 다른 인간적인 모습을 본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 까지나 개인적인 감정일 뿐, 국가대 국가의 일로 발전 했을 때는 자기 나라의 국익에 해를 입힐까 하여 그들은 침묵하고 만다. 이 지구상에 아직도 민족주의가 살아 있음을 엿 볼 수 있는 계기였다. 젊은 여성이 유창한 일어로 스튜어디스에게 담요를 달래서 추워하는 내게 건네준다. 나는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담요를 어깨에 둘렀다. 기내식으로 주는 일식을 깨끗이 먹고, 커피를 한잔 더 청하여 마시고 김포에 닿을 때까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