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부의 표해록 여행기

다섯째 날 - 서호

예강 2014. 12. 18. 11:20

풍경이 아름다운 서호, 미모가 뛰어난 서시


눈 내리는 고속도로

  내일 아침 일찍 항주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려면 다시 항주로 돌아가야 한다. 이곳에는 눈이 올 때가 극히 드물다는데, 오늘따라 회색빛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있다. 몇 년 만에 내리는 눈이라 이곳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며 상서롭게 생각한다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그러나 운전기사는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눈이 오면 중국에서는 고속도로를 통제하여 갈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고속도로로 가보자고 하며 들어섰는데, 운전기사의 우려대로 고속도로는 막혀 있었다. 눈이 내리고 있기는 해도 날씨가 춥지 않아, 내리는 대로 녹아 버리고 있어, 우리나라 같으면 차를 통제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할 수 없이 버스를 국도로 돌렸지만, 거기도 막아 놓아 고속도로에서 돌려온 차들과 국도와 일반 도로에서 온 차들이, 이쪽저쪽 사방에서 밀려들어 끝이 보이지 않게 줄지어 있었다. 언제 가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답답한 노릇이지만 중국에서는 엿 장사 맘대로가 법이라고 한다. 느긋한 중국인의 만만디 성품을 그런데서 도 알 수 있었다.


시골길에서 만난 촌부들 

  한 시간이 넘게 서 있다가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밀려 있던 차들이 일시에 움직이려니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골의 2차선 길은 대형 화물차와 비껴가기엔 너무 좁아, 차가 지나가기를 서서 기다려야했다. 몇 채의 집이 있는 시골 마을에 서 있는데 사람들이 구경을 하느라 밖으로 나왔다. 남자들이 손에 대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서 있기에 뭔가 하고 창문너머로 살펴보려는데, 한 사람이 나처럼 궁금했던지 내려가서 보고 오더니, 바구니 안에 달구어진 돌을 넣어 가지고 다니는 휴대용 난로라고 하였다. 이층에 침실이 있는 이곳 사람들은 난방을 하지 않아 집에 들어가도 춥기는 매 한가지여서 그렇게 휴대용 난로를 들고 다니는 모양이다. 또 한쪽에서는 이렇게 눈이 오는 추운 날인데도, 한 가족인 아빠와 엄마와 조그만 계집아이가 국수 그릇을 들고 대문 밖에 나와 젓가락으로 먹고 있다. 반대편 쪽에서도 여자가 역시 길가에서 국수를 먹고 있었다.


 산수화 같은 풍경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차들이 순서대로 빠져 나가 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그로 인해 두 시간이나 더 걸렸지만, 다음에 중국 여행을 또 하더라도 그 쪽으로는 갈일이 없기 때문에,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는 경치를 감상 할 수 있었다. 길 양쪽으로 계속 이어지며 보이는 산과, 산 옆으로 흘러내리는 길고 긴 개울이 어우러져, 대형 화폭에 그려진 산수화를 보는 것 같았다.

 

비 오는 날 더 아름다운 서호

 교통사정으로 늦어지는 바람에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다. 도중에 휴게소에서 빵을 사서 허기를 면하고 항주에 도착해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오늘 항주에서의 일정은 서호와 오산을 보는 것이다. 가이드가 서호를 못 보고 가면 후회하게 될 거라고, 그 아름다움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하였다. 두 대의 버스는 서호를 볼 사람들과 오산을 볼 사람들로 각각 나누어 타고 떠나는데, 한국에서 부터 서호를 신청했던 우리 일행은 서호로 갈 버스를 탔다. 항주의 날씨는 비로 변해 촉촉이 내리는데, 마지막 유람선 출발 시간까지 늦은 일행은 서호 입구에서 내리자마자 뛰듯이 선착장으로 향했다. 전화로 출발시간을 늦춰 놓은 가이드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기다리고 있던 유람선을 찾아내어 우리를 안내 하였다. 비오는 서호가 그렇게 아름답다는 애기를 귀가 닳도록 들었던 터라, 기대에 부풀어 자리에 앉자마자 창밖 호수의 풍경을 내다보았다. 가이드가 유람선의 중간쯤에서 마이크도 없이 호수의 전설과 유적을 설명하여, 내가 앉은 자리에서는 귀 기울여야 간신히 들을 수 있었다. 인공호수인 서호엔 전설도 많고 유적도 많았다.


양산백과 추경대 

  서호에 있는 작은 다리엔 장교(長橋)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양산백과 추경대의 애달픈 사랑이 전해져 오고 있다. 두 연인의 사랑은 부모의 반대로 이루어 질수 없었다. 두 사람은 다리의 남쪽과 북쪽에 살며 추경대가 남장으로 변장을 하고 8년 동안 서로 만나 왔다. 밤이 깊어 헤어질 때는 너무나 안타까워 차마 헤어지지 못하고 서로 바래다주기를 18번이나 하였다. 그런 양산백과 추경대의 끊임없는 사랑을 기념하기 위해 장교라고 부르게 되었다. 


뒤로 앉아 노 젓는 뱃사공

  서호에서 작은 배에 관광객을 태우고 서호를 떠다니는 뱃사공은 모두들 사람을 등지고 뒤로 앉아서 노를 젓는다. 청나라 제 4대 왕인 건륭제가 서호를 방문하여 유명한 가기(佳妓)와 연꽃차를 마시며 밤 서호를 즐길 때, 사공이 앞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 싫어 뒤로 앉아서 노를 젓게 한데서 유래 됐다고 한다.


침어로 불리는 아름다운 서시  

  서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유물과 전설을 글로 다 옮길 수는 없지만, 서시 이야기는 빼 놓을 수 없다. 서시는 양귀비, 초선, 왕소군과 더불어 중국의 4대 미인 중 한사람이다. 서시는 춘추 전국 시대 말기의 월나라의 여인이다. 어느 날 강변에 앉아 있는 서시의 아름다운 모습이 맑고 투명한 강물에 비추었다. 서시의 아름다움에 취한 물고기가 수영하는 것도 잊고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천천히 강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래서 서시는 침어(浸魚)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서시는 오(吳)나라 부차(夫差)에게 패한 월왕 구천(勾踐)의 충신 범려가 보복을 위해 그녀에게 예능을 가르쳐서 호색가인 오왕 부차(夫差)에게 바쳤다. 부차는 서시의 미모에 사로 잡혀 정치를 돌보지 않게 되어 마침내 월나라에 패망하게 되었다. 

 

 

 

참고자료                          서시  

 

 

  중국 춘추시대 월 나라의 미녀, 이름은 이광(夷光)이며, 절강 저라산 근처 에서 나무장수의 딸로 태어났다. 절세미녀였기 때문에 그 지방의 미녀들은 무엇이든 서시의 흉내를 내면 아름답게 일 것이라 생각하고 병이 들었을 때의 서시의 찡그린 얼굴까지 흉내를 냈다고 한다. 그래서 빈 또는 효빈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또 오(吳)나라에 패망한 월왕 구천의 충신 범여가 서시를 데려다가, 호색가인 오왕 부차에게 바치고, 서시의 미색에 빠져 정치를 태만하게 한 부차를 마침내 멸망 시켰다고 전해진다. 후에 서시는 범여와 함께 오호(五湖)로 도피했다고도 하고 또는 강에 빠져 죽었다고도 한다. 

 

  서시는 양귀비, 왕소군, 초선과 더불어 중국 고대 4대 미녀로 꼽히는데, 이들 중 으뜸은 서시이며, 미의 화신(化身)이자 대명사이다.

 

                                         서호 

  서호는 호수 면을 가르는 백제(白堤)와 소제(蘇堤)라는 두 제방으로 나뉘어져 외호(外湖), 내서호(內西湖), 악호(岳湖), 서리호(西里湖), 소남호(小南湖)로 세분된다.

 

 그 자체가 아름답기는 하지만 보통 서호의 미경은 10가지로 꼽히는데, 겨울에 눈이 녹으면서 마치 다리가 끊어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단교잔설(斷橋殘雪)이 있다.

 

  백제 서쪽 끝에 호수면과 거의 같게 만든 조망대인 평호추월(平湖秋月)이 있고, 서북쪽 비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호수에 연꽃 향기 그윽한 곳인 곡원풍하(曲院風荷)와 시인 소동파가 만든 제방인 소제춘효(蘇堤春曉).

 

  5백여 그루의 모란뿐 아니라 2백 종 1만 5천 그루의 꽃에 둘러싸여 홍어지(紅魚池)에서 노는 분홍빛 잉어를 바라보는 즐거움에 연유해 붙어진 화항관어(花港觀魚), 서호의 동남쪽 버드나무 가지 사이로 들리는 꾀꼬리 소리가 고운 곳인 유랑문앵(柳浪聞鶯).

 

  호수 서남쪽에 있는 남고봉(南高峰)과 서북쪽에 있는 북고봉(北高峰)이 산수화처럼 운치가 있는 쌍봉운, 서호 안에 만든 인공섬 남쪽에 있는 높이 2m의 석탑에 난 구멍으로 바라보는 달이 아름다운 삼담인월(三潭印月).

 

 지금은 들을 수 없지만 정자사(淨慈寺)와 영은사(靈隱寺)에서 울려오는 종소리가 운치를 돋구는 남병만종(南屛晩鐘), 뇌봉산(雷峰山) 꼭대기에 있던 뇌봉탑(雷峰塔)에서 비치는 석양이 분위기가 있는 뇌봉석조(雷峰夕照) 등이 그것이다.

     

 

 

       국도로 가는 길                              길에서 국수 먹는 여인                                 


     

             대나무로 만든 휴대용 난로                                          서호 유람선     

                            아름다운 서호                                               서호 유람선

                                    춘추시대  중국 미인 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