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돌 지붕, 미녀 총
10. 돌 지붕, 미녀 총
<이시야네(石屋根-돌지붕)>
작은 마을에 돌 지붕을 이고 있는 집들이 있었다. 시이네(椎根)지방의 건축 유물로 이시야네라고 한다. 이 건물은 집안의 곡물이나 농사 도구 등을 보관하는 창고의 일종으로 돌로 지붕을 이은 것이다. 섬의 89%가 산림지역인 대마도는 식량의 자급자족이 불가능해 다른 지역에서 구해 온 식량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했고, 화재도 자주 발생했다. 바다와 접해 있는 서해안 지역은 겨울이면 초속 수십 미터의 강한 계절풍이 불어 왔다. 열악한 자연환경 에서 초가지붕이나 너와지붕은 강풍과 화재에 취약했다. 그리고 당시에는 농민이 기와로 지붕을 이는 것을 법으로 금했다고 한다. 그래서 산이 많은 쓰시마에서 구하기 쉬운 평평한 돌로 지붕을 하게 되었다. 고상식(高床式: 기둥을 세워 바닥을 지면에서 높이 올려 설치하는 가구 구조)으로 지어 바람과 화재, 습기에 강한 형태의 돌 지붕 창고를 짓게 되었다. 지붕위의 돌 무게만 10톤이 넘는다고 한다. 창고 내부는 쌀, 보리 등의 잡곡, 의류 및 각종 생활 도구 등을 구별하여 수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 창고를 화재로부터 지키기 위해 본채로부터 떨어진 곳에 마련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건축 형태는 일본에서도 쓰시마 시이네(椎根)지방에서만 볼 수 있으며 몇 개 남아있지 않은 귀중한 유물이다.
돌 지붕 창고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정원이 아름다운 집이 있다고 하여 보러 갔다. 큰 도로 옆에 면해 있는 정원은 침엽수를 심어 울타리를 했는데, 자로 잰 듯이 반듯하게 다듬어 한 치의 어긋남도 없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사이를 두어 대문 구실을 할 뿐, 문도 없는 정원엘 들어 서, 정원 이곳저곳을 기웃 거리는데도 정원을 보러 오는 이들을 배려함일까, 아무도 내다보는 이가 없다. 부유한 집이라는 것을 정원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인데 이곳에도 꽤 넓은 면적의 정원 한 쪽에 돌 지붕 창고가 있었다. 10톤이 넘는 돌을 얹어야 하는 이시야네 창고를 지으려면 부유한 사람이 아니면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미녀총>
미녀총은 대마도에 살던 백제 미녀가 천황의 궁녀로 뽑히자, 정절을 지키기 위해 자결한 사연을 간직한곳이다. 공원이랄 것도 없는 아주 작은 곳에 미녀총이라 새긴 비석이 있었다. 이곳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져 온다. 아주 먼 옛날, 홀어머니와 살고 있는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다. 처녀의 아름다움이 왕에게까지 전해져 왕의 여자로 간택 되었다. 아름다운 처녀는 자기가 떠나고 나면 홀로 남겨질 어머니 때문에 차마 떠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슬프게 떠난 효녀를 위해 비석을 세워 영혼을 달래 주고 있다는 것이다. 처녀가 죽고 홀로 남겨질 어머니는 어쩌라고? 효녀인 미녀가 그건 미처 생각 못했을까. 거기서 가까이 있는 식당에 들렀다 본 사진이 인상적이다. 벽에 붙어 있는 사진엔 중동 여자들처럼 얼굴이 반 쯤 가려지게 머리에 수건을 쓰고 칙칙한 옷을 입고 있는 이 고장 여인들의 모습이 있었다. 아름다운 모습을 감춰 또 다시 왕의 여인으로 간택되지 않으려고 그렇게 한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