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일본 여행기 (청수사)
절벽위에 세워진 사찰 ‘청수사’는 건물 아래에 139개의 기둥을 바쳐놓아 한 쪽이 허공에 떠 있는 꽤 큰 절이다. 조용한 절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왔거나, 빌러 와서 북적대는 유원지와 같았다. 절 한 쪽에는 사랑을 이루어 주는 사랑의 신사가 자리 잡고, 젊은이들의 소원을 들어 주고 있다.
청수사란 물이 맑은 절이라는 뜻이다. 그곳엔 세 줄기의 샘물이 흐르고 있는데, 한 줄기의 물은 건강의 신이 주관하고, 또 한줄기는 학문의 신, 또 한 줄기는 사랑의 신에게 소원을 비는 물이다. 소원을 빌러 오는 사람들은 그 물을 마시며 기원을 한다. 나도 긴 막대가 달린 바가지로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시며 맘속의 소원 한 가지를 빌었다.
무슨 소원을 빌었느냐구요? 비밀~
일본은 정통 종교를 믿는 인구가 극히 적은 나라이다. 기독교인이 전체인구의 0.5%라니~ 절에도 불교적이기 보다는 여러 종류의 신들이 지배하고 있다. 일본의 전통 종교를 ‘신또’라고 하는데 ‘신또’는 그들이 믿는 800만 종류의 신들을 말한다. 일본에는 신사가 마을마다 몇 개씩 있는데, 일본의 신들은 마을마다 다르고 한 마을에서도 신사마다 다르다. 아들 잘 낳게 해주는 신, 사랑을 맺어 주는 신, 공부 잘하게 해주는 학문의 신, 거기다 산, 호수, 호랑이, 고양이, 그 마을의 훌륭한 인물이 죽어서 된 신 등, 온갖 잡신으로 갖다 붙이면 신이 된다.
일본 신의 대장은 살아 있는 천황이었는데, 2차 대전이 패배하면서 맥아더의 종용에 의해 “나는 신이 아니고, 여러분과 같은 인간이다.” 라고 인간선언을 하면서 신격에서 격하 되고 말았다. 아무튼 ‘청수사’에도 부처님이 아닌 신이 자리 잡고 앉아서 인간의 소원을 들어 주고 있었다.
사랑의 신이 있는 신사
청수사에서 전통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인들을 만났다.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적극적으로 응해 주며 다양한 포즈를 취해준다. 여럿이 함께 찍었는데 굳이 나하고 한번 더 찍자고 하며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청수사로 올라가는 언덕길엔 기념품 가게가 양편으로 죽 늘어서 있어서 그 또한 볼만한 구경거리였다. 청수사에서 내려오며 가게마다 들려 이것저것 구경하느라 버스에 타라는 시간을 어겼다. 사실은 21명의 여행팀 중에 ‘헤이안’ 신궁에서도 우리가 제일 늦었고 여기 ‘청수사’에서 또 늦었기 때문에, 우리 일행 5명은 버스를 타며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올라갔다.
쟁반위에 일본 전통 떡을 얹어 놓고 까딱까딱 절을 하고 있는 인형